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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으로 둥지를 옮긴 후 3년차. 그동안 천안의 맛집이라는 곳을 찾아 맛있는 집과 별로였던 집을 참 많이도 찾아다녔다. 하지만 아직도 내가 모르는 천안의 맛집은 무궁무진한듯하다. 오늘 일때문에 알게된 나이차가 꽤 많이 나는 형님과 점심을 하게되었는데 형님께서 먹고싶은 메뉴를 말하라고 하신다. 형님의 천안사랑이 참 대단하시다. 난 일말의 고민도 없이 나의 최애음식인 "김치찌개"를 말씀드렸다. 그러자 형님께서 나를 1호선 봉명역 바로앞에 있는 [한춘정육점식당]으로 데리고 가셨다.

이집이 고기도 좋치만 김치찌개와 음식들이 정말 맛있는 곳이라고 자랑을 하신다. 형님께서 천안에서 먹어본 음식점 중에서 김치찌개가 제일 맛있는 집이라고 하신다. 아무래도 정육점식당이니 고기야 좋겠지만 과연 그 음식맛이 어떨지 궁금했다. 기대반 설렘반인 맘으로 식당으로 들어갔다.

매장입구에 바로 정육식 쇼케이스가 자리하고 있다. 이런 형태의 음식점은 '휴게음식점'과 '축산물판매업'의 두가지 사업자를 가지고 있다. 다른말로 하면 축산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조리법에 동시에 능통해야한다는 이야기이다. 한가지도 하기 힘든 세상에...

봉명동은 천안에서도 개발이 늦어져 약간은 노후된 동네인데 가게안의 인테리어나 위생상태는 청결해 보였다. 깔끔하다. 그리고 입식 룸이 따로 있어서 회식이나 가족모임으로도 좋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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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저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동네 고기집으로 알고왔는데 수저통안의 수저와 젓가락이 하나씩 위생포장되어있다. 나는 동네장사를 하면서 이렇게 위생에 신경쓰시는 음식점은 처음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곳은 작은규모의 동네음식점이다. 우리는 7천원짜리 김치찌개를 먹으러 온것이다.

잠시의 기다림 후에 홀이모님이 반찬과 김치찌개를 서빙해 주셨다. 딱 사진에 보이는 반찬들과 김치찌개를...

메인요리인 김치찌개. 비쥬얼이 범상치 않다. 나름 김치찌개에 대한 조예가 깊다고 생각하는 나의 관점에서 봐도 인상깊이 뇌리에 남는 비쥬얼이다. 괜히 말만 요란한게 아니고, 김치와 국물 두부의 조화가 어울려보인다. 아마 밑에는 고기가 깔려있을것이라 추측하는데 맞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미료의 맛이 일절 나지 않는다. 순수한 재료 본연의 맛으로 만들어진 김치찌개다. 한숫갈 뜨는 순간 알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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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으로 내가 이집 음식을 포스팅해야 돼겠다고 생각하게 된것은... 김치찌개가 아니다. 이집의 밑반찬때문에 이글을 포스팅 하는것이다. 이 반찬들의 맛은... 어린시절 우리형제에게 좋은것은 못먹여도 맛있는 음식을 먹이기 위한 "엄마의마음"이 들어간... 약간 오글거릴수도 있는 말이지만 정말 "엄마의 손맛"을 생각하게 하는 맛이다.

옛날 할머니께서 산에가서 자주 캐오셨던 도라지무침의 식감과 풍나물의 고소하고 담백한 맛. 버섯무침은 감히 범접하기 힘든 맛이고... 하다하다 콩나물무침까지 맛있는 집은 처음인듯하다. 김이 진짜 고소한데 사장님이 어디서 사셨는지 안가르쳐 주신다. 본인도 그집에서 시키기만 하다가 어디산인지는 까먹으셨다고 하신다. ㅋㅋㅋ 파래무침과 콩자반, 열무등등... 모든 반찬이 정말 속깊은 정성과 마음이 담긴듯한 맛을 품고있다. 반찬이 너무 맛있어서 김치찌개 맛이 무색해지는 진기한 경험을 하게됐다.

그렇다고 김치찌개가 맛이없는것도 아니다. 찌개에 들어있는 김치가 좋다. 이건 절대 납품용이 아닌 핸드메이드라고 자신한다. 아마 이집 김치찌개를 드셔보신 모든 분들이 증명할것이다. 직접 담근 김치로 찌개를 하신다. 김치가 맛있으니 찌개가 맛이 없을수가 없다. 고기는 사태 어쩌고 저쩌고 하셨는데... 솔직히 고기는 별다른 특징이 없다. 김치가 짱이다.

김치찌개에 공기밥 한그릇을 뚝딱했다. 오늘따라 공기그릇이 너무 작게 느껴진다.

그리고 밑반찬에 다시 공기밥 한그릇을 뚝딱했다. 내가 좀 많이 먹기도 하지만... 이집 반찬은 진짜 맛있다. 어디가나 흔히 맛볼수 있는 반찬들인데도 이집 반찬은 그 차원을 달리하는 맛을 품고있다. 

이집 음식의 맛을 알려달라고 하신다면.... 궁서체로... "엄청 맛있는 집" 이라고 말하겠다.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 이뻐보이셨는지 사장님이 고구마를 하나 주셨다. 주방앞에 철제난로가 있는데 그위에 은박지를 깔고 고구마를 몇개 올려두셨는데 얼마전 시골에서 가져온 거라고 하신다. 흔한 고구마인데도 특이하게 맛있다. 이걸 아부성멘트라고 오해하지 마시길.... 사장님은 고구마를 한번 쪄서 그냥 먹는것이 아니라 식힌 후에 다시 은박으로 싸서 난로에 구우면 겁질이 갈라지면서 속이 구수하고 촉촉한 고구마를 먹을 수 있다고 알려주신다. 음식에 철학을 담으신다.

고구마와 함께 동치미 까지 주시는데.... 너무 배가 불러서 한그릇밖에 못먹었다. 앞으로 동치미가 생각날때마다 이집을 찾게될거같다. 그동안 내가 먹었던 동치미는 동치미가 아니였단걸 알게됐다. 이집 동치미는 진짜다.

우리는 오늘 김치찌개를 먹었는데 형님말씀이 이집 곰탕도 맛있다고 조언해주신다. 내 눈에는 우렁된장찌개와 잔치국수도 맛있을거같다. 빠른시간안에 다시 방문해서 먹어봐야겠다.

맛있는 밥을 먹고, 후식으로 고구마를 먹으며 동치미로 입가심을 하니 식사 후에 습관적으로 먹는 커피도 생각이 안난다.ㅋㅋㅋ 메뉴판을 보니 이 집 사장님의 소박함이 느껴진다. 정육점을 같이 하시니까 당연히 고기종류는 많을테고... 이정도 음식솜씨면 더 다양한 메뉴를 하실수도 있을 법한데 4가지의 식사와 냉면, 국수만 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마음이 바뀌었다. 당장 내일 저녁에 집사람과 애들 데리고 와야겠다. 동치미가 또 생각난다. 내일 다시 간다. 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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