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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돼고 퇴근시간이 돼어서 직장동료분께서 한턱낸다고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하셔서, 이게 원떡이냐 싶어 언능 집사람에게 전화를 넣었다. 전화를 받은 집사람 왈~! "지금 끝났어?" <== 난 당연히 저녁먹고 들어갈께, 라고 말할려고 했지만... 지금끝났어? 지금? 이건... 내가 일이 끝나고 퇴근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라는 또다른 의사표시인것을 난 오랜시간 경험으로 알수 있었다. 이 말인즉은 집사람이 집에서 뭔가를 준비해놨으니 일끝났으면 딴데로 새지말고 바로 튀어들어오라는 말이다. 예전 젊은시절 눈치없이 이럴때 친구들 또는 동료들과 술한잔하고 들어갔다가 몇날 몇일을 찬밥도 못얻어먹은 경험이 있기에 이럴때는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매우 잘 알고있다. 오늘같은날 따른데로 새면 또 몇일을 괴롭게 지내야 한다. 난 동료분께 양해를 구하고 바로 집으로 향하였다. 혹시나 싶어 가는 길에 전화를 해서... "집에 가는길인데 뭐 필요한거 있어? 저녁은? 먹을거 있어?" 라고 은근슬쩍 물어보니, "먹을거야 많치~!" 란다. 100퍼 뭔가 음식을 해놓은 것이다. 역시~~

부랴부랴 집에 와서 보니 역시나... 집사람은 곱창을 구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웬 바람이 불었는지 인터넷으로 곱창을 주문해서 오늘 왔나보다. 아마두 자기가 먹고 싶어서 시켰을 확률이 절대적으로 높다. 난 솔직히... 집사람이 좋아라 해서 같이 곱창을 가끔 먹으러 가기는 하지만, 비싼 돈주고 저 질긴 내장을 일부러 먹으러 가고 싶은 맘은 조금도 없는 사람이다. 저런 질기고 기름덩어리인 내장이 뭐가 좋은지 전혀 모르겠다. 난 단지, 집사람이 곱창을 먹으러 갈때 옵션으로 맞은편에 앉아서 먹는 시늉을 해주는 역활을 자주 해왔기에(물론, 우와~ 맛있다~! 라는 감탄사를 가끔 해줘야 한다.) 오늘도 아무소리 못하고 집사람이 신나서 굽는 곱창앞에 앉아서 핸드폰으로 야구를 청취해야했다.

갑자기 웬 바람이 불어 이런걸 구매했나 싶었는데 인터넷 검색하다가 하두 맛있다고 칭찬이 많은 제품이라 샀단다. 절대로 지가 먹고 싶어서 샀다는 얘기는 안한다. 이름도 촌스럼게 "곱창파는 청년들"이 뭐란 말인가? 차라리 "불타는곱창"이나 "우리집 소가 좋아하는 곱창" 이런 이름이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래도 명색이 소곱창이란다. 헐~! 아르헨티나산? 축구강국 아르헨티나에서도 곱창을 먹는단 말인가? 살다살다 아르헨티나산은 첨먹어본다.

우리집 효자~! 각종 삼겹과 갈비를 숫하게 요리해낸 이넘이 아마도 우리집에선 나보다 쓸모가 더 있을거 같다. 관리도 편하고 청소도 쉽다.

후라이팬위에 곱창과 대창, 막창 3종세트를 동시에 굽기시작한다. 난 솔직히 곱창 이외엔 두넘을 구분을 못한다. 매번 말해주는데 내 관심사가 아니기에 그냥 눈에 띄는 놈부터 의무적으로 앂어줄 뿐이다. 그래서 이 넘들을 먹어줄때는 항시 알코올(소주)로 소독을 해준다. 술안주로 먹기에는 그냥저냥 괜찮은 음식이다.

이번에는 야심차게 준비를 많이도 했다. 물론 양념소스야 곱창줄때 써비스로 줬겠지만, 직접 해파리냉채를 만들었다고 한다. 우와~ 대단하다. 정말 대단한 일을 했다. 드디어 뭔가 새로운것들을 조리 할려고 한다는 시도 자체가 높이 사줄만한 일이다. 15년을 살면서 반조리 제품을 제외하고 새로운 음식이란 양쪽 손가락으로 샐수 있을정도 였는데, 근 1년만에 뭔가 새로운 음식을 했다는데 난 무한한 감동과 찬사를 보낸다. 물론 반조리 제품으로 음식을 해줄때가 제일 맛있기는 하다. 그렇다. 사람이란 진화하는 동물이다.

제법 숙련된 솜씨로 곱창을 쪼사놓키 시작한다. 현란한 솜씨. 다시 생각해봐도 밖에서 밥안먹고 집에 들어오기를 잘한거 같다. 이런 준비를 해놨는데 내가 밖에서 밥먹고 술먹고 들어왔다면 과연...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난 자신있게 말할수있다. 남자란... 삶을 평화롭게 살고 싶다면 이정도 눈치는 있어줘야 된다라고. 아니, 15년 삶의 지혜라고나 할까? ㅋㅋㅋ

드디어 집사람이 본 실력을 보이기 시작한다. 저게 대창인지 막창인지는 모르겠지만, 곱창은 약간 덜 익은듯하고 대창을... 까만 멍이 들기 시작한다. 곱창과 대창이 너무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야~ 야~ 야~ 대창을 태우지 말라고~~

수줍은 곱창의 자태를 보고있으면... 이걸 왜 비싼돈주고 사먹지?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집사람이 좋아하는 음식 3순위 안에 들어가는 음식인것을... ㅠ.ㅠ

하두 신기해서... 물어보고 싶다. 대창을 원래 이렇게 태워 먹어야 하는건지... 이렇다고 맛이 달라지는 것은 아닌데... ㅋㅋㅋ

암튼 집사람의 정성이 가득 담긴 저녁 밥상을 난 이렇게 받았다. 이 얼마나 풍성하고 맛나보이는 음식이란 말인가? 하다못해 맨밥에 김치쪼가리만 줘도 맛나게 먹어주는 신랑을 위해 정성가득 담은 고추와 쌈장. 익은듯 안익은듯 곱창까지... 난 맨밥위에 곱창을 올려 먹고 고추를 쌈장에 찍어 상큼하게 씹어댔다. 원래 이렇게 먹는게 맞는 건가? 모르겠다.

그래도 사람의 정성이란게 보이기에 군소리 안하고 맛있게 먹을수 있었다. 아빠 밥먹는데 심심하지 말라고 옆자리에 딸래미까지 와서 썰을 풀어댄다. 뭔소린지 모르겠지만 지 엄마와 외계어까지 섞어가며 대화를 나눈다. 뭔 맛인지... 맛도 모르겠고,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ㅋㅋㅋ 암튼 이런 분위기는 내가 좀 즐기는 편이다. 후후후


어쩌다 가끔, 곱창이 먹고 싶을땐... 아무생각 말고 곱창집을 찾아갈것을 권하는 바이다. 하지만 아주아주 가끔, 뭔가 특이한 것을 집에서 해먹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때에는 인터넷으로 "곱창파는 청년들"의 곱창을 주문해서 집에서 해먹어 보는것도 괜찮을것이다. 어떤 기대와 상상을 하던지, 그 이상의 뭔가를 만날수 있을것이다.

진료는 병원에서, 약은 약사에게, 곱창은 곱창집에서... 라는 교훈이 생각나게 하는 저녁 밥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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