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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감히 여러분께 물어보고싶다. 여러분은 집에서 "조개찜"을 해보았는가?

대다수의 가정집에서는 절대 집에서 조개찜을 해먹을 생각을 하지 않을것이다. 물론, 우리집또한 해먹을 생각보다는 사먹는게 싸게 먹힌다는 상당히 논리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평범한 가정이다. 그런데... 3월 초부터 조개타령을 하던 집사람은... 3월 21일날 드디어... 오늘은 반드시 조개찜을 먹어야 겠다고 선전포고를 하였고, 그에 나는 순순히 조개찜을 사주겠노라 천명을 하였다.

그런데... 순순히 조개찜을 사주겠다는 나의 제의를 집사람은 단칼에 거절하였다. 왜... 그 이유인즉슨, 가게에서 먹는 조개찜은 양도 별로 없는것이 비싸기만 하다~! 라는 논리를 펼치기 시작한것이다. 집사람 왈~ 작금의 상태로는 조개찜전문점에서 파는 조개의 양으로는 충족을 못시키고 돼려 입맛만 버릴우려가 있으므로, 시장에서 조개를 공수해와서 직접 조개탕을 해먹겠다는 것이다.(원래는 찜을 먹고싶었는데, 여건상 탕으로 우회를 한것이다.)

내게 시집와서 지금까지 15년동안 조개라는것은 남이 해주는것만 먹어봤지 생물은 만저보지도 못한 사람이 갑자기 조개탕을 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우는것이... 이 얼마나 어의없고, 대책없고, 황당한 일이란 말인가? 조신하게 옆에서 "맛있는 집에서 사줄께~!"라고 회유를 해보기도 했지만 집사람의 사그러들줄 모르는 조개탕 핸디메이드에 대한 의지를 꺽을수는없었다. ㅠ.ㅠ

결국 퇴근후 운전기사 겸 짐꾼이 됀 나는 사모님을 모시고 천안중앙시장으로 향할수밖에 없었다. 시장을 뒤져 수산물가게를 찾아 조개수렵에 나섰다. 젊고 싹싹한 직원분이 조개탕에 들어가면 맛있을만한 조개들로, 두사람이 먹을 양으로는 약 2KG가 적당하다고 추천을 해주셨다. 그래서 조개를 사면서 직원분께...

"조개를 해금은 몇분정도 해야돼나요?"

라고  물어보았더니

"바지락이나 맛조개, 꼬막같은 뻘에서 나는것들 말고는 해금 안하시고 바로먹어도 됩니다."

라고 하신다. 그렇다. 뻘에서 캐는것이 아닌다음에는 바로 해금없이 먹을수 있었던 것이다.

옆에서 조그만 소리가 들린다.

"아싸~!"

여기까지 오는동안 차안에서 집사람의 조개탕 조리법강연을 듣기로는, 조개는 종류에 따라 해금시간이 조금씩 다르지만 통상 15~20분 정도만 해금을 하면 바로 조리가 가능하다고 한지 불과 20분이 지났을 뿐이다. "어이~! 자네, 조개탕 조리법을 제대로 알아는 봤는가?"

천신만고 끝에 조개 2kg 수렵에 성공한 우리는 집으로 와서 바로 조개탕 제조에 들어갔다. 상당히 까다로운 레시피를 따라 조심스럽게 조리를 시작하였다.

1. 냄비에 물을 약 1/2을 넣은후 무와 대파를 넣고 끓인다.

2. 물이 끓기시작하면 조개를 넣는다. (순서는... 모른다)

3. 적당히 익었지 싶으면, 식힌후에.... 먹는다. 끝!

혹시 몰라 조개탕 냄비옆에 큰 냄비에다가 물을 받아 무와 대파를 넣고 끓였다. 이걸로 뭐할거냐고? 집사람이 생전 처음하는 조개탕을 어떻게 믿고 맹목적으로 기다린단 말인가? 열씸히 일하고온 하늘같은 남편이 저녁을 쌩으로 굶을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자구책으로 나도 조리에 들어갔다. 무엇을?

바로 이것이다. 그렇다. 쭈꾸미의 철인것이다. 집사람이 하고자하는 조개탕의 진실을 어느정도는 짐작하였기에 나는, 살고자 쭈꾸미를 별도로 구입을 한것이다. 조개 2kg은... 아마도 조리에 성공을 한다고 해도 나에게까지 먹을 양이 돌아오지는 않을것이다. 저사람의 식성을 알기에... 게다가 우리집엔 푸드파이터의 가능성이 보이는 큰넘이 있기때문에 조개 2kg은 터무니 없는 양인것이다. 그런데 왜 이것밖에 안샀냐고? 풋~! 그런 초보적인 질문을... 조개를 많이 사면 뭐하겠는가? 탕을 끓일 냄비사이즈는 한정돼어있는것을... 우리집이 무슨 조개전문점도 아니고 일반가정집에서 쓰는 냄비로는 조개 2kg이 한계인것이다.

그래서, 내가 할수 있는것중에 나름 자신있는 쭈꾸미를 장만했다. 조개 2kg에 2만원, 쭈꾸미 1만5천원. 이 쭈꾸미를 조리하기위해 집사람이 조개탕을 준비할때 난 발빠르게 냄비에 물을받아 무와 대파를 넣고 끓이기 시작하였다.

1. 속깊은 냄비 또는 양재기에 물을 2/3를 담고 끓인다.

2. 물이 끓기 시작하면 냄비에 대파와 무를 넣어준다.(단, 대파는 여러번 자르지말고 중간컷 한방으로 최대한 원형을 유지해준다. 무도 약 4등분만 하고 덩어리째 넣어준다.)

3. 물이 쫄을때까지 계속 끓여주다가, 젓가락으로 무를 찔러본다. 푹~! 들어가면 준비끝.

좌충우돌~! 막무가내~! 주먹구구~! 식으로 완성이된 조개탕은 역시나 나의 예상대로 양이 너무 적었다. 난 황송하게도 집사람이 먹으라고 까주는 조개 딱 4개 먹었다. 아~ 배부르다~?(미쳤냐?)

집사람과 큰딸이 조개와 씨름을 하는 동안 나는 옆에 자리를 차고 앉아 부르스터위에서 끓고 있는 냄비에서 쭈꾸미들의 화형식? 찜질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넘들이 내가 준비한 특선요리다. 다른거 필요없다. 끓는물에 대파 무 를 넣은다음 쫄인물에 쭈꾸미를 넣어주면 된다. 생쭈꾸미를 넣고 약 1분쯤 후에 꺼내서 먹기만 하면된다. 머리는 오래 익혀야 돼니 남겨두고, 몸통 다리를 먹기 좋게 짤라서 접시에 올리는 족족... 집사람과 큰딸의 입으로 사라져간다. 역시나 조개의 양은 저 두 사람의 위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던것이다. 참~ 잘먹는다.

이렇게 3명이서 투닥투닥 먹다보니(작은넘은 안먹는다. 저넘은 네발달린 육고기와 생선 외엔 다 안먹는다) 쭈꾸미 머리만 남았다.

여기서 잘 생각해보라. 내가 왜 저 쭈꾸미마저 집사람과 딸에게 양보를 했을까를... 솔직히 말하는데 나는 절대 내 배가 고픈데 집사람과 딸아이에게 모든것을 양보할 수 있는 슈퍼맨 아빠가 아니다. 그렇다. 내게는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남겨놓은 마지막 한수가 있었던 것이다.

짜쟌~! 바로 이것~! 내가 쭈꾸미를 먹고자 하는 가장 큰 이유~! 바로바로 "먹물라면"이다.

먹어는봤는가? 쭈꾸미 먹물로 끓인 라면을... 절대 짜파게티 아니다. 쫄일대로 쫄인 시원한 대파와 달달한 무를 쫄이고 쫄인물에서 자연스럽게 터진 쭈꾸미대가리, 아니 먹물이 들어간 일명 "쭈꾸미 먹물라면"인것이다. 이 맛을 설명하자면.... "맛있다" 조금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엄청나게 맛있다" 라는 표현이 딱 맞을것이다.

두 여인네는 이미 조개와 쭈꾸미로 배를 채웠기에 라면을 못먹을줄 알았는데... 끝까지 덤빈다. 라면을 2개 끓였기에 망정이지, 하나만 끓였다가는 난처할뻔했다.

이 자태가 보이는가? 안먹고는 못버틸정도의 비쥬얼을 뽐내는 라면을... 이건 상품으로 내놔도 엄청난 히트를 칠수 있는 상품이다.(혹시나 해서 먹물라면 검색해봤더니, 다 망한듯...)

국물까지 싹싹 긇어 먹는데, 클리어전에 인증샷을 남겨본다.

집에서 해본 경험을 살려서 말하자면... 절대로 집에서 조개탕을 끓여먹는 무식한 행동은 삼가하는게 정신적으로, 금전적으로, 몸에도 좋다. 몇일전 동네 조개전문점에서 조개탕을 사먹었는데(집사람의 조개에대한 미련이 남아서...) 4만6천원에 조개 2kg의 두배정도? 돼는 다양한 조개에다가 각종 밑반찬과 쭈꾸미(요건 서비스) 그리고 칼국수까지... 시장가서 3만5천원 주고 발품팔아 사온 조개탕을 음식점에서 4만6천원에 알아서 맛있게 해주고, 다양한 먹을거리까지 주는데 왜 생고생해가며 집에서 해먹는단 말인가? 절대로 말리고 싶다.

필자가 이전에 올린 글중에 신방동 "비풍초 조개전문점"이라는 글을 본다면, 시장가서 조개를 직접 수렵해와서 조리해서 먹는다는게 얼마나 비효율적인것인가를 잘 알수 있을것이다.

끝으로, 절대 준비가 안된상태에서 사전지식없이 먹는걸로 실험정신을 발휘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2019년 4월 2일 화요일

먹물라면을 그리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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