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집을 나서는데 언제인지 모르는 목련꽃이 아파트입구에서 나를 반겨준다. 이놈들이 언제 꽃을 피운거지? 벌써 봄이 성큼 내 앞까지 다가온것을 알게해준다. 내집앞에 이런 이쁜 꽃나무가 있었다는것을 이제알다니...

어제저녁 오랫만에 반가운 얼굴을 만나기 위해 백석동으로 향하였다. 요즘같은 불황에 근심만 쌓이고, 수심만 깊어지는 이때에 나름 동종업계 선배님께 조언도 구할겸, 푸념도 해볼겸, 겸사겸사 천안 백석동으로 향하였다. 그렇다. 결론은... 술한잔을 얻어먹기위해...

술한잔을 위해 우리가 향한곳은 백석동 더샾 정문앞에있는 "주민상회"라는 곳이다. 형님이 잘 아시는 곳이라고 향하시는데, 난 저곳이 고기집인줄 알았다. 상호가 참 투박하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가게안으로 들어가게 돼었다.

가게안으로 들어가서 제일 먼저 나의 눈길을 끄는것은 저것~! 벽 한쪽에 자리하고 있는 텔레비젼이였다. 아니 대체, 저런 텔레비전이 요즘도 나오는가? 그건 그렇고 저렇게 큰 tv 를 어떻게 벽에 설치를 할수있었을까? 라는 의문이 생겼다.

유심히 관찰한 결과, 이건 TV가 아니고 벽에 TV모양의 그림을 그려놓고 천정에 설치된 프로젝트빔으로 영상을 벽에 쏴서 보여주는 방식의 "프로젝트빔 영상" 이였던 것이다. 하하하

자세히 보면 저건 입체감을 살려 벽에 그림을 그려놓은 것이란걸... 알수가 없다. 진짜 구분하기 힘들정도로 잘 그려져 있다. 어두워서 그런것인지, 시각적인 효과는 정말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힘들정도로 잘 묘사되어있다. 처음엔 깜빡 속았으니 나름 이집도 성공한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직접 벽에 손을 집어보았다. 그림이다, 손에 걸리는게 아무것도 없다. 하~ 대단한 창의력이다. 이런 연출로 아날로그감성을 일깨워줄수 있다는게 놀라울 따름이다.

경이로움을 뒤로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역시나 복고풍의 연출이 돼어있는게 눈에 들어온다. 비싼비용을 들여 고가의 인테리어를 한것은 아니지만 나같은 옛날사람들에게는 과거로의 추억을 되새길수있는 기회가 돼었다. 

한쪽벽에는 별다른 장식없이 사진그림과 간단한 글이 적혀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낼수있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진다면, 걱정이 없겠네."

나의 감성을 저격한 글이다. 어린시절 즐겨읽던 "너와 나"라는 시 이후에 접한 최고의 글이다. 걱정은 한다고해도 결코 쉽게 없어질수 없는 것이기에... 걱정또한 사치로 느껴질때가 가끔은 생긴다.

단연 이집에서 최고로 마음에 드는 글을 발견하였다. 그렇다. 좋은사람과 즐거운 술자리에서만큼은 돼도록 일 이야기는 안하는게 서로의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우리, 일 얘기는 하지맙시다."

근심과 걱정, 하소연을 위해 기울인 술잔이 어느덧 빔TV에서 나오는 옛날노래(90년대노래)를 들으며 우리를 과거의 향수에 젖게한다. 형의 젊은시절 꿈이였던 보컬에 대한 로망과 나의 정신없이 바쁘기만하던 학창시절... 그리고 지금은 희미해져 아련해지는 첫사랑의 추억까지...

남자 둘이서 맥주잔을 기울이며 수다로 삼기에는 다소 닭살일듯한 소재들로 대화를 나누며, 결국은 의기투합~! 우리는 다정하게 인근 노래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잠깐이지만, 우리네의 과거를 회상할수 있게 해준 백석동 "주민상회" 호프집에 감사를 표한다.

여러분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은 무엇인가??

 

728x90
반응형

+ Recent posts